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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걸린 우리 엄마는 부재중..

소머즈1927 2020. 3. 14. 19:45

오늘은 엄마명의로 된 폰을 정리하고 기존 내 전화번호를 없애버렸다

 그리고 엄마번호를 이제 내가 쓰기로 했다

 사소한 연결고리로 연결 된 과거의 인연들을 확 정리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지겹고 짜증나기 시작하는 그런 날들,,

이제는 슬슬 엄마의 흔적인 짐들을 없애야 하는데 어디서 부터 어떻게 없애야 할지도 막막하고 싫었다,

그래서 더 늦장을 부리게 된다,,

엄마짐을 정리하면 진짜 엄마의 흔적을 지우는 기분이 들어서 드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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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볼일을 보고 간신히 점심겸 저녁으로 머슴밥을 만들어 먹었다

 몇일 밥솥을 열어보지 않아서 누런밥이 되어버렸다

 버릴 수도 없고 해서 후라이팬에 김치 그리고 달걀을 붓고 누룽지밥을 만들어서 간신히 삶을 놓지 않는 끼니를 때웠다

 집에 오면 늘 숟가락과 젓가락 두쌍을 놓았는데

물론 엄마나 나나 혼자 먹는 밥도 흔하게 있었지만 이제 엄마를 위한 숟가락 ,젓가락 한쌍은 필요치 않다,

몇일전부터 엄마의 짐이나 물건들을 정리 하려고 커다란 쓰레기봉투 100ml 을 두장 샀다

 어디다가 쳐박아 두었는지 보이지도 않고 찾지도 않고 있다,

 

 

 

 

 

 엄마방을 접수한 우리집 노견 희망이.

 주변사람들이 나에게 묻는다,,태어나서 지금껏 늘 할머니와 함께 생활한 저 강아지들이 혹시 할머니를 찾지 않냐고,,

 나도 궁금하다 그 녀석들의 생각이

 아마도 찾는다 해도 나에게 티가 날까?

 무슨 6살 먹은 아이처럼 징징거리며 할머니 어디갔냐고 나에게 묻기를 할 수 있는걸까?

 그런 질문이 우습다,

 한명 두명 벌써 10명 넘게 그 질문을 묻곤하다,

 다들 나를 걱정하고 우리강아지들을 걱정하며 하는 말들이겠지만 무슨 무한방송도 아니고 같은 사소한 질문이 또 지친다

 지치고 듣기 싫다

 

 

 

 

 

 

 

동남향으로 우리집은 해가 잘 든다,

오전부터 계절따라 다른 방향으로 빛이 잘 드는 엄마의 그 방,

때로는 해가 잘 들어서 빨래건조대를 두고 종일 이불을 말리기도 하고..

 엄마가 늦잠을 주무시는날 , 빼꼼이 문을 열어보면 불을 켜지 않았는데도 어머니 머리맡으로 향긋한 봄향기를 뿜을거 같은 이쁜 햇살이 비추어 주는 날도 간혹 있다

이제 저 방을 무엇으로 채우지 않는 한, 나는 방문을 열때마다 엄마가 없는 아찔함에 슬픔에 젖어 두는 날이 간혹 찾아오리라,,,

그녀의 영원한 부재...

 

 

 

간혹, 자기 이야기를 하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한달을 우울증에 시달렸다

 사람들이 그러는데 2년은 힘들다고 한다,

이런 말이 난 정말 싫다

그런 사람은 그런 사람이고 왜 같은 경험을 하는 짠한 사람 취급을 하는건지

 나에게 엄마는 특별하고 위대한 존재이다

 엄마때문에 우울증에 걸리지도 않을꺼고 2년이 아니라 평생 엄마를 잊지않을꺼다

 힘들면 힘든 만큼 내몫이고 ...

나를 추스리지 못해서 난 무너지지지도 않을꺼고

 우리엄마의 딸인만큼 뭐든 이겨내면 이겨내지...

슬픔은 슬픔대로 고스란히 가져가며 여느날 처럼 ..아니 이제 더욱 열심히 살꺼다,,

 

 

 

 

 

 

엄마의 옷장 서랍을 열어보니 꼬깃한 속옷 ,,

서랍 마다 옷이 꽉 꽉 차여 있어 주름이 과하다

난 늘 엄마에게 무얼 사줄 때마다 넘치고도 품질 좋은 물건을 사주었다

티를 한장 사드려도 아울렛에 가서 골프웨어로 사드리곤 했다

 어는 순간 밖의 출입이 어려운 당신 , 집에서 입는 옷을 외출복으로 입으시더라고

'니가 사준 비싼 옷을 입고 나갈 때도 없고 아꼈다가는 못입을 지 모른다' 집에서 입으시겠단다

그렇게 뭐든 멋도 잘 부리고 멋지게 사시는 분이였는데..

지금은 다른별로 가버리셨지만

엄마가 능력이 있으시다면 날 지켜보리라 생각하고 이제 열심히 조금 더 꼼꼼히

건강도 챙기며 살아야겠다,

 

내가 미워하던 형제도 너그러이 이해 할 마음은 없지만 내가 사랑하는 엄마가 원치 않을꺼라는 생각을 하며

엄마가 돌아가신 후 더 마음을 비우게 되더라,,

 

내엄마 마음을 편히 해드리기 위해서..나도  한살 두살 먹는것보다

다른 경험을 하며 철이 드나보다

 

그렇게 사람은 인생을 경험하며 익어가나부다,,

 

 

 

 

엄마와 내가 10년넘게  키웠던 1000원짜리 테이블야자 ,

어쩜 생명은 본인의 몫이 아닌 태어나면서 부터 정해지는걸까?

여러 화분을 키우면서 일찍 죽은 경우도 있고 화분에 대해서 크게 욕심도 없고 그랬는데

고작 1000원짜리를 사서 여직 살아있고

10년을 딱 넘기니까 꽃이 피더라,,

 

 

엄마가 돌아가시고 더 하지 못함이 아쉽고 안쓰러웠지만,,

 

엄마는 정말 엄마로써 자식에 대해서 돌아가시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 했다는 생각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감사하다

 

병원비도 그리 많이 나오지 않았고, 긴 병원생활로 고생 하지도 않았고

어쩜 우리 편하라고 병원 수발을 드는건 아니지만 신경쓰고 매일 문병을 가고 하는 자식으로써의 당연한 발걸음도

적당히 하게 도와주시고,,

 

처음에는 하필 엄마가 운도 없이 코로나가 극성인 요즘 돌아가셔서 엄마가 참 지질이 운도 없으시다라고 안타까워했지만

 물론 그래서 별 수 없이 무빈소로 하고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식구끼리 간소화였다

 

그 덕에 빈소에서 3일 고생할 우리들은 무빈소로 치루기 때문에 다들 집에 있다가 3일째 안치실로 갔다

 

당신을 보내는 3일 조차 편히 쉬게 해주시고..

돌아가시는 순간에도 오랜 시간 사투하지않고 금새 숨을 거두셨다,,,,.

마치 주무시는것처럼 평온한 당신의 모습에 나에게 더욱 미안함이 몸서리치게 터져나왔지만...

 

역시 깔끔한 우리 엄마는 우리를 편히 해주시고 돌아가시는구나.. 나의 멋진 어머니.!

 

치매로 인해 결국엔 많은 기능이 망가져 돌아가셨지만 정말 우리 엄마는 대단하고 훌륭했다,,,

 

멋진 당신, 다른별에서는 행복하세요!

내가 사랑했던 내 소중한 어머니, 감사합니다

 

 

 

-당신은 꽃과 같이 이쁘고 강렬한 향기를 남기고 가셨읍니다. 안녕 엄마-